걷는 즐거움

때밀이, 목욕관리사 혹은 세신사 이야기

안다™ 2019. 7. 15.

요양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갔다. 3~4주에 한 번 목욕탕에 가는데, 오늘은 목욕 관리사(때밀이가 비속어 같지만 표준어다, 요즘은 세신사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앞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연로하신 아버지를 목욕탕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내가 때를 밀기로 했다. 한 사십분쯤 걸린 것 같다. 때를 한 십분쯤 밀었을 때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아, 세신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침에 샤워만하고 목욕탕은 가지 않는 습관이 배었다. 목욕탕에 가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탕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탈진될 것 같았다.

삼십분 정도 때를 밀었을 때 정말 힘들고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때를 더 밀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내가 한 시간 정도 목욕탕에 있었다고 했더니, 목욕은 두어시간은 해야 한다고 우겨셨다.

걸음도 겨우 걷는 사람이 어떻게 목욕을 할 때는 저렇게 정정할 수가 있나해서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인 보이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그게 다 엄살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는 수없이 십분을 더 때를 밀었다. 타고난 약골인 내가 목욕탕에서 한 시간을 버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주 옛날 멋 모르고 목욕탕에 다닐 때도 목욕탕에서 한 시간을 보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때밀이를 하면서 한 시간을 목욕탕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했다고나 할까?

세신사가 때를 밀 때는 이십 분쯤 걸렸다. 때밀이 비용은 만오천원을 받았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비싼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늘 대충한다고 투덜거렸지만.

요즘은 목욕 관리사를 양성하는 학원도 있다고 한다. 학원이 있다는 말은 때밀이가 어느정도 전문 직종화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사지 같은 추가 서비스 제공을 받을 경우 요금을 더 받는다고 한다.

때밀이는 보통 목욕탕과 계약을 하고 일비를 주고 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월수입이 25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 있는 여성 목욕 관리사의 경우에는 월수입이 천만원을 육박한다고 하는데, 글쎄다.

월 수입이 찬만원이라면 일인당 3만원이라도 한 달에 3천 3백여명의 때를 밀어야 하는데, 이는 한 달 꼬박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106명, 한 사간에 13명의 때밀이 한다는 이야기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목욕을 마치고 점심으로 꽃갈비살을 먹었다. 1인분에 만오천원이었다. 공교롭게도 꽃갈비살과 세신비용이 같아 두 가격을 비교해 보았지만, 가격이 어떻게 매겨 지는지는 예나 지금이나 도통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