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아내의 생일, 해피 버스데이 투유와 생일 선물

안다™ 2022. 2. 12.

아내의 생일, 해피 버스데이 투유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오늘만큼은 회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홈으로 직행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날이니까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라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아내의 생일 선물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조촐하게 저녁과 케이크, 그리고 맥주를 준비했더군요. 저녁은 물론 배달음식입니다. 요즘 딸애가 아귀찜에 필이 꽂혀 맨날 시켜먹었나 봅니다. 

 

아귀찜은 아귀와 콩나물을 고추장 소스로 볶은 요리인데 마산에서 처음 개발되어 나름 창원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통합니다. 여기서는 보통 아귀찜이라 하지 않고 아구찜이라고 부르는데 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아귀찜에 밥 한 그릇씩을 뚝닥하고 초코-딸기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힐 자매가 작곡했다는 생일 축하노래 '해피 버스데이 투유'를 불렀습니다. 

 

생일에는 빠질 수 없는 케이크

그런데, 올해 아내의 생일 파티(?)에는 아이들이 맥주도 1인 1캔씩 준비했더군요. 고마워라~. 이것이 아이들이 커가는 재미인가요? 케이크와 함께 먹는 맥주도 궁합이 나름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아내의 생일 선물

서로 좋은 말이 오고가고 기분 좋게 캔맥주를 들이켜는데 와이프가 생일 선물은 어디 갔지? 토끼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연초에 다이어리랑 5년 다이어리도 선물했잖아. 5년 다이어리 꽤 비싼 거다" - 딸
"어~ 저번에 북두칠성 목걸이 선물했는데, 글구 오늘 이거 다 내가 산 거임" - 아들
"그래그래, 알았어, 고마워~. 그럼 당신은?" -아내

 

순간, 좀 띵했죠. 할 말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말은 해야겠다 싶어, 얼떨결에 "내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했지, 가져올게" 그리곤 급히 방으로 가서 아내에게 줄 생일 축하 문구를 휘갈겼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순간 대응이 대견했다고 할까요?

"여보, 언제나 함께여서 고마워! 오늘처럼 늘 행복하길 바라~" 

 

그런데 급하게 적어놓고 보니 날림체에다 정성이 넘 없는 것 같았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예쁜 카드도 아니고 그냥 메모지에 흘려 쓴 글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이거 생일축하 문구가 좀 이상한데? 메모지를 본 와이프님의 일장 훈시가 이어졌습니다. 아내들이 받고 싶은 생일 선물 탑 3가 뭔지 알아? 설문조사를 봤는데, 1위가 주얼리, 2위가 패션 아이템, 3위가 꽃 이래. 근데, 이건 뭐지?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생일선물 탑 3는커녕 살면서 아내에게 제대로 선물 한 번 하지 못했다는 걸 늘 반성하게 됩니다. 어린 나를 뭘 믿고 결혼했는지,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베이스로 깔렸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니 그 마음이 더 깊이 짠해집니다. 나랑 결혼하고 나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가끔 속죄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육아를 하느라 승진도 늦었는데, 올해 아내가 승진했을 때 내가 승진한 것보다 더 기뻤습니다. 그런데도 또 생일 선물은 챙기지 못하는 이 이중성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이 집에 일찍 온 것만으로도 고마웠던지 마지막엔 덕담을 하더군요. 아내가 남편에게 받고 싶은 생일 선물,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손편지야. 이건 손 편지는 아니지만 귀여운 애교로 받아주고 이번엔 대충 넘어가 준다. 대충 이런 요지였습니다. 

 

네, 나이를 자꾸 먹어가니 상대방의 부족함마저도 감싸게 되는 모양입니다. 에로스의 그 빛나는 호르몬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함께 한 세월만큼 쌓인 정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를 위해 '해피 버스 데이 투유'를 앞으로 몇 번 더 불러줄 수 있을까요? 열번? 스무 번? 서른 번?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작게 남은 세대는 내일을 염려하기보다 오늘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년 아내의 생일에는 꼭 생일 선물을 챙기도록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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