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통영 죽림맛집, 스시전문점 '마스터스시' 풍성한 런치세트

안다™ 2020. 1. 28.

비로소 해가 바뀌었다. 시골 사람들은 설날이 되어야 비로소 해가 바뀌었다고 느낀다. 새해를 맞아 근사하게 점심을 먹고 싶었다. 통영 죽림에 있는 마스터스시에서 런치세트 A를 주문했다.

지인이 통영 일식 맛집으로 '마스터스시'를 추천했을 때, 좀 웃었다. 요리집이라면, 응당 셰프의 이름을 딴 좀 고상한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마스터스시'라니, 카센터도 아니고 말이다. 

'마스터스시' 통영시 광도면 죽림5로에 있는데, 나름 이 지역에서 중심가쯤 되겠다. 근처에 이마트와 관공서들이 있는 통영의 신시가지, 죽림지구이다.

조금만 나가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죽림 해안로 산책길이 있어 식후 산책하기에도 좋다.

마스터스시라는 촌스러운 이름과 외관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반긴다. 둥근 조명등이 은은하고 일식집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스시(寿司)의 어원이 신맛을 의미하는 스시(酸し)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맞다면 둥근 조명등은 그 신맛을 시각적으로 중화시켜 준다고나 할까?

메뉴판을 보니, 런치세트에서 디너 특선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런치세트 A를 주문하면 바로 죽과 샐러드가 나온다. 

아침을 먹고 다니지 않는 터라, 점심 때가 다가오면 언제나 배가 고프다. 고소한 죽과 신선한 샐러드는 요기를 먼저 채우는데 딱 좋다. 아침마다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만큼, 새콤한 맛이 좋다.

드디어 런치세트 A의 본 메뉴인 초밥 9개. 런치세트 B는 초밥이 11개이다. 내 위장에는 초밥 9개가 적당하다. 초밥은 원래 적당히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초밥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찰랑찰랑' 노래가 흥겹게 나왔다. 옛날 노래를 들으며 초밥을 먹는 것도 의외로 괜찮았다.  

일식집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튀김 요리. 동행은 튀김보다 튀김을 담은 배모양의 접시가 더 예쁘다고 했다. 베트남 가면 저런 모양의 접시가 자주 나온다고 했다.

튀김 다음에 우동이 나왔는데, 맛있게 먹느라 그만 사진 찍는 걸 잊고 말았다. 튀김을 먹을 때쯤 배가 이미 불러오고 있었는데...

그래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두둑하게 챙겨 먹었다. 삽처럼 생긴 스푼이 앙증맞다. 커피를 셀프로 마시고 포만감에 젖어 행복하게 잡담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되어 나라 시대를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스시'가 한 남자가 한 달만에 만한 지인과 나누는 한 끼 점심에 사용되어 행복감을 주다니, 세상사는 언제나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