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헤이안 스시, 창원대 길목에 있는 맛있는 초밥집

안다™ 2020. 2. 18.

지난 주말 따뜻한 봄기운에 창원대 초입에 있는 헤이안 스시집을 찾았다. 결혼기념일 때 소소하게 저녁을 먹었던 집이다. 큰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 스시집이다.

요즘은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외식하는 즐거움이 있다. 딸아이가 대학 합격으로 더없이 밝아졌고, 기꺼이 가족 외식에 따라나서면서 가족 모두 기분 좋은 주말을 보낸다.

늦은 점심 시간이라 예약 없이 갔는데, 한 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헤이안 스시에서 창원대 입구까지 걷기로 했다. 추위 끝에 찾아온 봄기운을 즐기는 청춘들로 대학가는 제법 활기가 넘쳤다.

카페와 식당들 사이사이로 미용실과 복사 가게가 많았다. 갑자기 찾아온 봄기운에 더웠던지 딸이 외투를 벗었다. 딸아이가 처음 산 외투였고, 그날 처음 입어보는 외투였다. 딸은 이제 숙녀가 되어가고 있었다.

적당히 걸었고, 적당히 기다렸을 즈음 자리가 났다고 헤이안에서 전화가 왔다. 헤이안 스시의 점심 특선은 딱 내 분량에 맞았다. 워낙 입이 짧은 딸아이라 아마 남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맛있게 다 막었다.

초밥은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과 딸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아이와 어른이 좋아하는 요리가 다르기 마련인데, 초밥은 운 좋게 다 좋아했다.

지난 결혼 기념일 때 찍은 헤이안 스시 

아내와 아들딸이 맛있게 초밥을 먹는 모습이 정겨웠다. 인생이란 그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서 먹고,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끔 맛있는 걸 먹고 이렇게 포만감에 감사하는 정도로 말이다.

적당한 포만감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 가곤 했던 창원대 기숙사 앞 연못 구경이 하고 싶어 졌다. 옛날 연못을 뒤덮고 있던 연꽃은 보이지 않았지만, 청둥오리를 구경하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새댁들이 그 모습들을 어여삐 쳐다 보며 웃고 있었다. 

창원대 연못은 한가로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딸과 아들은 창원대 연못에 오곤 했던 시간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맛집을 잘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식의 맛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축적된 시간의 맛을 아직은 잘 모르고 있는 시기인가 보다.

아마도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 아이들도 오늘의 시간을 그리워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나이가 되면 새로운 꿈보다 흘러간 꿈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날 것이 때문이다.

늘 가는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고 건강 염려증이 있는 아내와 아들딸이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들을 들으며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보냈다. 날씨가 좀 더 따듯해지면 운동을 하겠노라는 다짐도 빼먹지 않았다.

'寿を司る'에서 차자된 '좋은 일과 장수를 기원한다'는 어원을 갖고 있는 스시(寿司)를 먹었으니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쉰두 개의 주말 중의 하나를 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