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통영 맛집] 충무 칼국수에서 매생이 칼국수와 경아 김밥

안다™ 2020. 10. 23.

아침엔 추웠으나 점심땐 햇볕이 따사로웠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도 늘 일이다. 오늘은 칼국수로 낙점하고 통영 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충무 칼국수로 향했다. 예상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도 좋은 데 대기 탈까" 그래서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무려 이십 분 넘게 기다렸다. 관광버스가 지나다니고 길에는 단체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다.

이전에는 번호를 매긴 주걱을 들고 기다렸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가게문 앞에 칠판을 준비해두고 대기자 명단을 적도로 했다. 소문이 어지간히 났다 본다. 웬일인지 오늘은 육수를 내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칼국수는 육수 맛이 좌우하니 채근될 수도 없다.

통영에는 한집 건너 꿀빵집이고 한집 건너 충무김밥집이다. 그렇게 줄지어 선 식당들 중에서 충무칼국수는 단연 맛집으로 돋보인다. 충무 칼국수에만 긴 줄이 늘어서는 걸 자주 보게 되면.

충무 칼국수에서는 대개 바지락 칼국수나 매생이 칼국수를 시키고 김밥을 덤으로 시켜서 먹곤 한다. 칼국수는 국물 맛이 진한데, 톡 쏘는 매운맛이 진한 김치와 같이 먹으면 겨울에도 땀이 난다. 오늘은 매생이 칼국수를 시켰는데, 내 입맛에는 바지락 칼국수가 더 맞는 것 같다.

이제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다. 먼훗날 언젠가 오늘 오후, 이 날씨와 이 맛을 그리워할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따스한 햇볕에 살랑거렸다.

지금쯤 관광객들이 찾고 있을 어느 섬 부둣가에는 파도 소리가 넘실댈 것이고,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높이 날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을 섬에 남겨두고 망망대해를 뒤로하고 귀갓길에 오르는 관광객들로 선착장은 부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