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진해 드림로드 장복산 하늘마루길에는 아직 단풍이 있었다

안다™ 2020. 12. 15.

아주 아주 오랜만에 지난 금요일, 진해 드림로도 장복하늘 마루길을 다녀왔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엄청나게 추워졌는데, 늦지 않고 운 좋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부지런해야 된다는 건가.

진해 드림로드는 세 코스가 있는데, 장복 하늘 마루길(4킬로미터), 천자봉 해오름길(10km), 백일아침 고요산길(3km) - 중에서 장복하늘 마루길을 선택했다.

장복하늘 마루길을 선택한 건 거리도 적당하고 진해 드림로드에서 전망이 제일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제일 높으니 전망도 좋을 수밖에. 진해 시내가 한눈에 확 당겨지며 걷는 즐거움이 매력적인 코스다.

진해드림로드 하늘마루길 시점은 장복산 조각공원 위에 있는 장복산 임도편백산림욕장 입구부터이지만 창원에서 가기 좋은 종점에서 길을 시작했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뭐든 거꾸로 해보는 걸 좋아한다. 오늘 산책길도 거꾸로인 셈인데, 안민도로 하늘마루 종점에서 편백숲 쉼터 → 하늘마루에 갔다 오는 걸로 거리는 2km 미터 남짓이다. 이 코스의 시점인 임도편백산림욕장까지 가기에는 아무래도 저질 체력이 되고 말았다.

오후 두 시 반, 이 시각쯤이면 겨울 햇볕도 왠만하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 하늘마루 쪽으로 올라갈 때 산책을 하는 등산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겨울바람이 살랑였고 하늘은 맑게 푸르렀다. 임도 양 옆으로 피라칸다스 붉은 열매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아, 이게 얼마 만에 걷는 산책이었던가! 모처럼 기분이 상쾌해졌다.

1100미터를 오르면 이정표가 보인다. 하도 오랫만에 걷는 터라 장딴지가 약간 당겼다. 숨은 차지 않고 그런대로 걸을 만했다. 이리저리 낙엽도 뒹굴었다.

이제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750미터 남았다!

드디어(?) 하늘마루 전망대 올라섰다. 진해 시내를 롱숏으로 볼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해안변 시계는 맑지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했지만 일기예보에 분명 미세먼지는 좋음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무튼, 하늘마루에만 올라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만큼 감개무량했다. 그간 코로나 핑계로 너무 움츠려 있었던 탓이다. 사람은 걸어야 살고, 움직이야 숨을 쉬지 않겠는가.

고즈넉하게 진해 시내 풍경을 즐기고 있는데, 가족 한 팀이 올라 왔다. 부부와 두 딸이었다. 수다를 떨더니 이내 사진을 찍고는 컵라면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던 우리는 침을 꿀꺽!

내려오는 길에 단풍든 숲이 눈에 들어왔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것도 산길이라 올라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눈을 가리고 있었을 것이다. 뭐든 내려나야 제대로 보이는 까닭이겠지.

문득, 하늘 마루로 올라갈 때 봤던 안내판이 생각났다. "내 힘 들 다" 이를 거꾸로 읽어보라고 바로 밑에 적혀 있었는데, 거꾸로 읽으면 "다 힘들다"가 된다. 하하!

맞다. 인생은 나도 힘들고 다 힘든 것이다. 뭐든 거꾸로 하면 예상 외의 소득을 얻을 때도 있다. 그것 또한 인생이다. 오늘 늦지 않게 왔기에 단풍도 봤던 것이다. 아직까지 단풍이 있었다니! 하는 생각 밖 놀라움 말이다.

역시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우체통, 정확히는 우체통이 아니라 문을 열어보니 스탬프 도장이 들어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노트를 가져와야겠다.

장복산에는 편백 숲이 많다.

편백숲은 여름이 제 맛이지만 겨울철에는 보는 것만으로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이 시원해진다.

장복산 하늘마루길 종점에서 하늘마루까지 갔다 돌아오니 두시간 반 정도 걸렸다. 운동삼아 하루에 걷기에 안성맞춤인 코스다. 한파가 조금 풀리면 다시 찾아 걸어볼 만한 길이다. 안민고개를 드라이브하는 맛도 제법이니까.

종점에 세워 두었던 차를 타기 전, 단풍든 숲 길을 찍어봤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