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정병산 수리봉 최단 등산 코스, 창원대 학군단 → 수리봉 1.6KM

안다™ 2021. 2. 1.

정병산 수리봉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창원대 학군단에서 수리봉까지 오르는 길이 최단 등산 코스입니다. 창원대 학군단에서도 오르는 길이 두 갈래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내가 수리봉, 수리봉 노래를 불렀습니다. 누군가 좋다고, 아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라고 자랑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창원대 학군단 오른편 뒤쪽에 정병산 등산길 초입인데, 묘하게 두 갈래로 나누어집니다. 안내판이 없어 헷갈립니다. 우리는 아무생각 없이 오른쪽 길, 상촌 농원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내려올 때는 왼쪽 길로 내려왔습니다.  오른쪽 길은 등산로가 희미하고 경사도가 심합니다. 완전 고생했습니다. ㅠㅠ 반면 왼쪽으로 올라가면 조금 둘러가지만 완만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창원대 학군단에서 300미터를 기어 올라가면 나오는 표지판입니다. 비로소 등산로다운 등산로가 나타난 거예요. 산길이 건조하여 바싹하였고 먼지도 많았습니다. 

 

세차를 하러 갔다가 안 하는 바람에 일정에 없이 나선 산행길이었습니다. 저는 운동화였고 아내는 거의 실내화 수준의 신발을 신었던 터라 잔자갈에 많이 차였습니다.

 

정병산 숲 속 나들이 길을 조금 걸으면 독수리 바위, 수리봉 이정표가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수리봉까지 600미터라는 표지판입니다. 600미터이니 잠깐이면 되겠다싶어 멋모르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학군단에서 여기까지도 기어올라왔는데, 여기서부터 수리봉까지는 조금 과장하면 암벽등반 수준이었습니다.  

 

중간쯤, 창원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저는 포기를 했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도 포기하기를 종용하였으나 그대로 올라가더군요.

 

산은 절대 급한 코스로 오르면 안 된다는 걸 까맣게 있고 있었죠. 등산로가 워낙 험해 아내와 아들이 은근 걱정이 되어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다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정병산 숲속 나들이길에서 수리봉까지 600미터 구간은 좁은 등산로가 지그재그로 급한 경사를 타고 올라가는 난코스입니다. 

 

낙엽과 갈비도 많아 미끄럽기까지 한 산길입니다. 빨리 올라도 40분은 족히 걸립니다. 조금 가다 쉬고, 조금 가다 쉬 고를 되풀이하면서 겨우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수리봉 바로 밑까지 다다랐습니다. 독수리바위 철계단 등산로는 가파르고 위험하니까 안전에 유의하라는 경고판까지 설치되어 있군요.

 

여기서 아내를 다시 만났습니다. 붉그레해진 얼굴로 말없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숨이 가쁜 모양이었습니다. 수리봉 정상에 먼저 다다른 아들로부터 톡이 날아들었습니다.

 

"여긴 엄마와 아빠한테 너무 위험한 것 같다."

 

철제 계단을 올려다보니 아찔하긴 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순 없었던지라 계단 난관을 꼭 잡고 올라갔습니다.

 

독수리바위가 가까워질수록 대기가 한없이 맑다는 걸, 하늘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걸 온 세포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니, 정병산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장관이 보였습니다. 아, 이 맛으로 산을 타고 등산을 좋아하는 거겠지요. 

 

조심조심 수리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드디어 정병산 수리봉 표지석입니다. 해발 460미터! 너무 아담한가요? 그런데 저에게는 해발 4,600미터를 오른 것처럼 벅찬 감동입니다.^^

 

수리봉에서는 멀리 주남저수지가 보입니다. 시계가 맑지 않지만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작아 보입니다. 오랜만에 올라보는 정병산 정상입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오르고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려갈 때 철계단을 보니 다시 아찔한 고소공포증이 밀려옵니다. 여기서 젊은 등산객 두 사람을 봤을 뿐입니다. 창원시 전경을 바라보는 쾌감은 좋지만 오르는 길이 너무 힘이 들기 때문일까요?

 

철계단에서 찍은 창원시 전경입니다. 멀리 장복산에 둘러싸인 시내에는 미세먼지가 자욱한 것 같습니다. 저 곳에서 살고 있었다니! ㅠㅠ

 

어제 예기치 않게 정병산 수리봉을 올랐습니다. 걷기 앱을 보니 121분, 11,492걸음을 걸었습니다. 계단이 57분, 평지 64분이었습니다.

 

강한 근력 운동을 윈하시는 분들에게 창원대 학군단에서 수리봉 등산 코스를 추천합니다. 자고 났더니 다리와 엉덩이가 뻐근한 걸 보니 근력운동이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