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여름철 별자리 삼각대 없이 스마튼 폰으로 쉽게 촬영하는 방법

안다™ 2021. 7. 30.

우리가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는 계절마다 다릅니다. 계절 따라 다른 별자리가 보이는 것처럼 사람의 꿈도 생애 단계에 따라 변합니다. 그런데 딸을 보면 너무 자주 다른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처음 꿈은 아마 천경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돌고돌아 스무 살이 되면서 현실과 타협하여 정착한 곳이 안토니오 가우디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건축을 전공할 줄을 알았으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아도 좋았겠지요. 예고를 나와 건축을 전공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시골에서 머나먼 객지에서 고생을 하는 딸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늘 아렸습니다.

그나마 그림을 좋아하는 고향 친구가 학교는 다르지만 가까운 곳에서 유학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친구와는 평생 친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딸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꿈이 있다면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소박함입니다. 겨울이나 여름철 한번쯤은 단합 행사로 가족 모두 딸아이의 영도 아래 우리 가족의 비밀 아지트, 산 위의 별 관측소로 향합니다.

북반구인 우리나라에서 별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하늘이 밝고 큰 별들은 볼 수 있게 선심을 베푸는 계절입니다. 베텔기우스와 리겔의 오리온 별자리부터 황소자리의 알제바란과 플레이아데스, 히아데스, 그리고 남동쪽의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이 합세하여 만드는 겨울철 대삼각형은 겨울철 별자리의 백미입니다.

반면, 감성의 계절 가을은 사각형으로 빛나는 천마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 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정도를 운이 좋으면 볼 수 있습니다. 꽃피는 계절 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북두칠성과 주황색 별 아르크투루스, 하얀색 별인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데네볼라와 레굴루스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름철 별자리: 견우직녀의 슬픈 전설 빛나는 밤

그러나 여름철 별자리는 겨울 철에는 미치지 못해도 많은 별자리를 볼 수 있는 풍성한 계절입니다. 제일 먼저 은하수 부근에 있는 거문고자리의 가장 빛나는 별인 직녀성, 베가가 첫눈에 들어옵니다.

아라비아어로 '떨어지는 독수리'라는 뜻을 가진 베가는 하늘에서 네 번째로 밝은 별로 태양보다 50배 이상이나 밝아 여름 밤하늘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처럼 은하수를 건너 남쪽에서는 직녀를 마주 보고 있는 독수리자리의 견우성, 알타이르가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베가의 북동쪽으로 가면 아주 밝은 백조자리 ‘데네브’가 반짝입니다. 아라비아어로 ‘암탉의 꼬리’라는 뜻을 가진 데네브는 태양보다 16만 배가량 밝은 별이라 육안으로도 잘 보입니다.

베가와 알타이르, 데네브를 찾으셨다면 여름의 대삼각형을 완성한 셈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여름 별자리들을 거의 다 찾으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여름철 별자리(출처: 에듀넷)

백조자리는 큰 십자형 별자리로 북천의 십자가로 불리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북두칠성을 닮은 궁수자리의 남두육성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서쪽으로 눈을 옮기면 여름의 대표적 별자리인 전갈자리가 보입니다. 전갈자리는 밤하늘에서 가장 오래된 별자리 가운데 하나로 차갑고도 밝은 적색의 초거성입니다. 전갈자리는 대화(大火)라고 하는 밝게 빛나는 붉은 별인 안타레스를 중심으로 은하수를 가로질러 긴 S자로 교태롭게 누워 있습니다.

여름철 대표 별자리(출처 : 한겨레 그래픽 홍종길 기자)

베가 별의 이웃사촌인 헤라클레스 자리는 북쪽 하늘에서 가장 환한 구상성단 엠(M) 13을 품고 있습니다. 지구로부터 2만 5000년 광년 거리에 있는 약 30만 개의 별이 뭉친 구상성단 엠은 운이 좋다면 육안으로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자리 남쪽에는 뱀주인 자리가 있습니다. 뱀주인자리는 뱀을 잡고 있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모습에서 따왔으나 별빛이 희미하여 찾아보기 어려운 별자리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여름철 별자리 촬영하는 방법

오늘은 우수수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지는 못했지만 밤하늘이 맑아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베가와 알타이르, 데네브를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딸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별자리 지도를 보여주고 여름철 별자리 위치를 하나하나 가리켜줍니다. 가족들이 잘 못 알아들으면 폰으로 찍어 별자리 위치를 지도와 대조해가며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DSLR 배터리가 충전되지 않아 임시변통으로 딸이 스마트폰으로 별자리 촬영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조리개를 1.5로 선택하고 셔트 스피드 30초부터 찍기 시작했습니다. 삼각대 없이 샤터 스피트 30초로 촬영하는 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딸아이는 셔터 스피드 30초를 선택한 후 땅바닥에 그대로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고 30초 동안 밤하늘을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처음 보는 스마트폰 별자리 촬영 방법에 가족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밤하늘 별자리를 촬영할 때는 빛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지라 조리개 값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조리개 최저 값은 1.5입니다. 카메라 앱에서 더보기를 누르시고 프로 모드에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셔터 스피드 값은 30초부터 2초 사이가 적당합니다. 셔터 스피드 30초를 선택했다면 30초 동안 카메라를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러니 삼각대 없이는 샤터 스피트 30초를 선택해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런데 셔터 스피드 30초를 선택한 후, 스마트폰을 하늘을 보고 뒤집어 놓으면 땅이 삼각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별자리 촬영은 삼각대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해집니다.

폰에서 최대인 셔터 스피드 30초를 선택하면, 아래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이 빛이 너무 많이 빨려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도 별 점은 확실히 잘 찍혀 있습니다. 저 별점과 지도상의 별자리를 비교해 보면 별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조리개 F1.5를 선택하고 왼쪽부터 셔터 스피드 30, 10, 2초로 촬영한 여름철 별자리 사진

PC 화면으로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스마트 폰 화면에서는 셔터 스피트 2초일 때가 가장 가장 선명하게 별자리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셔터 스피드 2초도 손으로 잡고 있기에는 긴 시간입니다. 2초 후에 찰칵하고 찍히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화면을 별자리 지도와 대조하면 거의 맞아떨어집니다. 위 사진들은 여름의 대삼각형이라는 베가와 알타이르, 데네브가 찍은 사진입니다.

물리학자들은 고흐가 그림에서 그린 별과 달의 위치를 보고 언제 그림을 그렸는지 대강 추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의 촬영일시는 2021. 7. 30. 9시 51분~ 59분 사이입니다.

아, 그런데 물리학도인 아들보다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딸이 별자리 위치를 더 잘 찾아내는 것으로 보아 물리를 전공했다고 해서 그림의 작성 시기를 꼭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가봅니다. 딸과 아들이 서로 전공이 바뀌었다고 우리 부부는 놀려주었습니다.

밤 하늘 별자리를 보고나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더 자주 보러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