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

대패 삼겹살 5인분에 이토록 행복감을 느끼다니!...

안다™ 2019. 12. 28.

대패 삼겹살 5인분이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대패 삼겹 5인분과 소주 한 병, 콜라 한 캔, 밥 두 공기를 뽁아 먹고 2만 원을 계산하고 음식점을 나올 때, 아내가 말했다.

"배부른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훨씬 행복하지?" 이 속물적인 질문에 대해 반론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백 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철학이라는 것도 옛날은 모르겠지만 요즈음은 배부른 돼지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가족은 되도록이면 주말에는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외식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대패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잔 하는 정도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가 역시 한마디를 거든다. "우리 집은 앵겔 지수가 상당히 높겠다." 이것도 백 번 맞는 말이다.

아내는 오늘따라 옳은 말만 했다. 우리 가족은 워낙 야외활동을 하지 않으므로 식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의 단골집이 되어 버린 대패 삼겹집 식당 내부이다. 식당 사이즈가 쾌 크다. 매번 주말에 가서 그런지 갈 때마다 손님들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4인석 테이블 28개 정도 되니 다 차면 112명쯤 된다. 사이클이 최소 두 번 돈다고 치면 224명의 손님들이 이 식당을 애용한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수익성이 높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최소 주문량인 대패 삼겹 5인분을 우선 시킨다. 딸이 합석하지 못했으니 3인이 5인분을 먹을 때도 있고 10인분을 먹을 때도 있다. - 딸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딸이 너무 보고 싶었다. 오늘 건축공학과와 정보통신학과에 응시 원서를 접수했다는 소식을 멀리서 전해왔다.

대패 삼겹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것. 대패 삼겹살은 1인분에 2천5백 원이다. 일반 삼겹살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패 집에서는 제주 생삼겹살도 파는데, 아들은 오히려 대패 삼겹살이 더 맛있다고 했다. 

대패 삼겹을 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한 장 한 장 펴서 굽는 방법이 있고, 대패 삼겹을 철판 위에 한꺼번에 올려서 펴지 않고 굽는 방법이다.

한 장 한 장 펴서 굽는 방법은 손목이 아플 정도지만 나는 한꺼번에 굽는 것보다 한 장씩 굽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야 대패다운 맛이 났다. 얇은 대패가 고루 익는 맛이 일품이다.

대패 삼겹살의 완성은 김치와 콩나물이다. 기름에 적당히 뒹군 콩나물의 맛은 비교할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옛날에는 김치만 구워 먹었는데, 대패 삼겹을 먹으면서 콩나물의 진미를 알게 되었다.

더구나 우리 동네 대패집에서는 김치와 콩나물, 상추 등이 무한 셀프다. 보통 콩나물은 두 접시를 굽는다. 삼겹살보다 콩나물이 더 맛있다.

대패 삼겹의 대미는 볶음밥이다. 오늘은 밥 두 공기를 시켜서 볶았다. 세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 많았지만 그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기름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은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어쩌겠냐? 맛있는데 말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블로그 이미지를 바꾸었다. "산책하는 즐거움"이라는 블로그 주제에 어울리는 야간 산책하는 이미지를 픽사베이에서 고른 후 효과를 좀 입혔다. 픽사베이 이미지들은 상업적 용도로 사용 가능하고 출처를 밝힐 필요도 없다. 아마도 픽사베이의 철학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개방적이지 않은가. 다양성과 개방성에 미래가 있다. 픽사베이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