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아주 웃긴 최민석 초단편 소설집

안다™ 2020. 2. 1.

소설가 최민석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이라는 초단편 소설을 읽었다. 요즘 초단편 소설이나 한뼘 소설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짧게 있기에 좋았다.

작가 후기에서 최민석은 작가 생활 5년차에 확실히 소모적인 글을 써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유희를 즐겼고 (시간) 소모적인 (기쁨의 측면에서) 유용성이 있었다고 했다.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은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로 확실히 시간 소모적인 측면에서 유용성이 있었다. 소설가 최민석은 타고난 이야기꾼다운 글재간을 부렸다.

자, 그럼 '탐정 김평관'이라는 제목을 단 초단편을 살펴보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무리를 짓지 않는다. 소속되는 것도 싫어한다. 수임료는 현찰로 받지만, 돈애 구애받지 않는다. 내키면 때론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다. 여인의 키스도, 노인의 인사도, 젊은이의 존경도 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르지 단 하나, 매일 밤 동경의 야경을 즐기며 하이볼 한잔 하는 것뿐이다. 그는 고독한 독신 탐정, 김평관이다."

뭔가 웃기는 B급 영화의 정서가 느껴지는 이 대목은 뒤의 초단편에 김평관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작가는 친절하게 복붙 해 놓는다. 작가는 심각한 말더덤을 표현하기 위해 "그"자만으로 두 페이지를 채워 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알량한 작가의 행동이 밉지는 않았다. 왜냐구? <미시시피의 모기떼의 역습>은 소모적인 유용성을 추구하는 초단편이라고 작가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이라는 초단편을 중심으로 수십편의 이야기들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다. 어쩌면 초단편이라기보다 목적의식 없이 마구 흘러가버린 마구 이야기들이 억지로 뒤섞힌 중편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초단편의 장점은 아주 짧은 자투리 시간에 이야기 한편을 읽을 수도 있고, 그러다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면 본격적으로 작가의 다른 소설을 찾아 읽어볼 계기를 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그럼, 난 최민석의 다른 소설을 찾게 될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다른 작가의 초단편을 또 읽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훗날 무엇을 해야될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산더미처럼 쌓일 때, 이 작가의 진짜 소설을 읽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