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21대 총선 사전 투표 마치고 공원 한 바퀴 산책

안다™ 2020. 4. 11.

우리 가족은 21대 총선 사전 투표를 100% 완료했다. 4명 모두 어제와 오늘에 걸쳐 사전 투표를 마무리했다. 21대 총선 사전 투표율이 26.69%로 역대급이라는데, 우리 가족도 역대급 사전 투표율에 일조를 한 셈이다.

올해 처음 투표하게 된 딸은 어제 오전 10시에 했다. 딸은 독자적이고 사회참여 의식이 높다. 원래는 우리 가족 다함께 투표를 할 생각이었는데 세상 일은 언제나 어긋나기 마련인가 보다.

아들과 난 오늘 오후 4시에 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녹색 태이프가 2미터마다 표시 되어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고 투표소에 입장하기 전에 손목 체온을 쟀다. 36.1도였다. 발열 체크 후 손독제와 1회용 비닐 장갑이 주어졌다.

정당 투표 용지가 길었다. 이렇게 많은 정당이 급조되다니! 정말 웃기는 현상이다.

투표소 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중대한 선택을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변함없이 막말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세월호 막말이다. 세월호의 아픔이 엊그제 같은데, 유권자들은 그저 망각의 동물이라고 착각하는 정치 세력들이 있다. 그러니 반성은커녕 선거때마다 과거를 부정하는 막말을 일삼지 않겠는가.

언제나 그런 정치 세력들은 있어 왔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군사독재를 부정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고, 가슴아픈 세월호의 실체를 부정한다. 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곡하고 호도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곧잘 둔갑하는 순간이다.

투표를 마치고 나올 때 줄은 더 길게 늘어나 있었다. 20분을 기다려 투표했는데, 아마도 오후 4시경이 피크인 모양이다.

와이프는 새벽부터 토하기 시작하더니 종일 일어나지 못하다 5시가 너머 겨우 일어나 투표소로 갔다. 그때 하필 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유권자가 정치세력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투표 말고는 길이 없으니 몸이 아프더라도 투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투표를 하고 와서 와이프는 다시 긴 잠에 빠져들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아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아내가 불쌍했다. 우리 가족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누군가 아프면 맘이 아프다.

투표를 하고 아들과 공원에서 천천히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산책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공원 여기저기에 철쭉 꽃들이 봄바람을 반겼고, 꽃잔디가 봄빛을 받아 세상을 핑크로 물들였다.

코로나에나도 봄은 왔다. 이 싱그러운 봄 기운이 코로나를 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소한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막말을 일삼는 정치 세력은 더 이상 이 사회에 발붙일 수 없음을 이번 총선이 증명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아직까지 한국은 상식을 가진 시민이 저항감 없이 소소하게 살아가기 힘든 사회이다. 상식적인 정의가 이토록 부정당하고 건겅한 시민들의 소박한 소망들이 작동하기 어려운 까닭은 진심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