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한산대첩의 성지 통영 이순신 공원, 야간 산책하기 좋은 곳

안다™ 2019. 8. 5.

통영은 휴가 시즌이 되면 한려해상에 점점이 뿌려진 섬구경을 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주차하려는 차들이 뱀처럼 줄을 길게 줄을 잇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섬 못지 않게 통영 육지에도 볼거리가 제법 있다. 동피랑 벽화마을을 구경하고 중앙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산양 일주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다.

가마솥 폭염이 기승인 요즘 날씨에는 밤에 찾기 좋은 곳이 있다. 통영시 멘데해안길 205(정량동)에 위치한 이순신 공원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야간 산책을 하면 열대야도 싹 물러가는 듯하다.

이순신 공원에는 해안변을 끼고 도는 길에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파도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목재 데크에 중간중간에 바닷가로 이어지는 쪽문도 있다. 

목재 데크에서 바다로 내려가 시원한 바닷물을 만질 수도 있다. 저 암석에 앉아 건너편에 보이는 도남관광단지 야경을 감상하는 맛도 좋다.

이것이 여느 공원과는 다른, 이순신 공원만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야간 산책을 하고, 해변가 암석에 앉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이순신 공원이 선사하는 참맛이다.

해변가 암석에서 파도 소리와 야경을 감상하다 다시 목재 데크로 올라오니 가로등 불빛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앙증맞게 숨을 쉬고 있었다.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직 이순신 공원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 얼마나 자연적인가.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파도소리에 들려오는가 했더니 이 놈이었던가 했다.

이순신 공원은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이 일대 접전을 벌였던 한산대첩(1592년 8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통영의 성지이다. 한산대첩은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이자, 세계 4대 해전으로도 꼽힌다. 

세계 3대 해전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살라미스 해전(BC 480년), 영국과 에스파냐의 칼레해전(1588년), 영국과 프랑스의 트라팔가해전(1805년)이다.

한산대첩의 시발점은 이렇다. 목동 김천손이 견내량(거제시 사등면)으로 들어가는 왜선 73척을 발견하고 이순신 군영에 알리면서 시작됐다. 이순신 장군은 6척을 보내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이끄는 일본 함대 73척을 한산도 앞바다로 끌여들였다. 

한산도에 매복한 이순신 장군은 55척으로 일본 함대를 학익진 전법으로 거의 궤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47척을 불살라 격침시켰고, 12척을 나포하는 등 총 59척을 무력화시켰다. 

이순신 장군의 위용이 돋보이는 동상이다. 이순신 장군하면 떠오르는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는 문구가 기단에 장엄하게 새겨져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왼쪽 산책길로 들어서면 수국길이 길게 이어진다. 수국이 만개하는 7월에 오면 수국 산책길도 볼만하다.

불볕 더위에도 잔디는 녹색이다. 폭염기라도 통영의 밤은 시원하다. 박경리는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의 밤을 이렇게 묘사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낮엔 더워도 해만 떨어지고 나면 대지는 바닷바람에 금방 식어 버린다." 이순신 공원은 특히 그런 것 같다. 파도소리마저 시원하다.

이순신 동상이 있는 광장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둘이 작은 평상에 앉아 청춘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젊은이들을 들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