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사람일까 상황일까] 착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착한 행동만 할까?

안다™ 2020. 4. 28.

착한 사람은 언제나 착한 행동을 하고, 나쁜 사람은 언제나 나쁜 행동을 할까? 날마다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곧잘 '그 인간의 성격'으로 보아 "그럴 줄 알았다"고 속단한다.

그러나 니처드 니스벳과 리 로스가 공저한 <사람일까 상황일까>(2019)을 읽어보면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된다. 이 책은 어떤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탐구한 사회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원서는 1991년 초판 발행되었다가 2019년 개정판이 나온 것인데, '나는 어떻게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게 되었나'라는 말콤 글래드웰의 극찬에 가까운 추천 서문이 붙어 있다. 이 책을 읽고 말콤 글래드웰은 상황의 힘을 깨달았다는 것이리라.

역자 후기의 "누가 봐도 학자들이 저술한 교과서처럼 보이는(문장이 다소 딱딱한 편이다!) 이 책은 읽기 까다롭고 난해한 문체로 이해하기도 지루한 편인데도, 3쇄를 찍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꽤 팔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장이 다소 딱딱한 편을 넘어 난해한 문체임에도 제법 팔렸다는 것은 말콤 글래드웰의 공적이 아닌가 한다. 저자들의 서문과 후기에서도 말콤 글래드웰 덕분에 사회심리학이 빛을 보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사람일까 상황일까>는 그간 사회 심리학계의 잘 알려진 고전적인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가령,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의 우울한 결과에 대하여, 참가자들에게는 '불복종 경로 요인'이 없었다는 것과 '상황을 정의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럴 경우, 많은 사람은 밀그램 실험자처럼 평사시와 달리 우유부단해지고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밀그램 실험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 대부분이 권위에 복종했다는 결과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의 적어도 32퍼센트는 권위에 복종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고 만다. 약 30퍼센트라는 수치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소수가 필요하고 존중받아야할 이유이다. 밀그램 실험은 우리 사회에 왜 다양한 이견이 필요한 가를 반증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솔로몬 애쉬와 무자퍼 셰리프의 동조 실험 등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스탠리 밀그램 실험은 참가지의 68퍼센트가 막판까지 '위험: 심각한 충격' 수준을 넘어 마지막 '450볼트, XXX'수준까지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데 복종했다. 이 실험은 서구에서 교육받은 사람은 대부분 알고 있는 서구 사회가 공유하는 지적 유산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아무튼 <사람일까 상황일까>는 사람의 성격보다 상황의 힘이 어떤 행동이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과 실험 결과들은 분명 우리의 직관에 반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도를 곧잘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남여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투자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람과 행동을 바라보는 보다 깊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