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즐거움

[비건, 비거니즘] 손수현 신승은,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안다™ 2022. 5. 28.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두 친구가 쓴 비건 밥상 에세이

여성으로서, 비건으로 먹고사는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

손수현과 신승은이 일기처럼 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열린책들, 2022년 3월 5일 초판 발행)는 비건으로 살아도 단백질이 부족하다거나 해서 죽지 않고, 그런대로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며 함께 가자며 살며시 손을 내미는 책이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간혹 바뀔 때가 있다.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아마도 이 책이 나의 생각을 가장 많이 바꾸는 책이 될 것 같다. 생각이 바뀌면 습관도 바뀌게 마련이니, 기대가 된다.

 

책 뒷표지

작가 소개

손수현

연기를 하고 간간이 글을 쓴다. 2013년에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2017년 단계적 채식을 시작으로 현재 비건을 지향한다. 고양이 셋과 주변의 개, 여러 인간들과 어울리며 잘 살기 위해 고민한다.

신승은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마더 인 로」, 「프론트맨」 등의 영화를 연출했고, 정규 앨범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사랑의 경로」, EP 「인간관계」 등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비건을 지향했으며 농담을 좋아한다.
- 작가 소개는 책날개를 그대로 인용했다.

 

책의 구성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는 비건을 지향하는 신승은과 손수현이 한 장씩 나누어 썼다. 이 책 구성을 보니, 한 권의 일기장에 둘이서 글을 나누어 쓰던 아주 오래 전의 추억이 생각났다. 신승은과 손수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정다운 친구일 것이다. 아마도.

1부인 A side는 두 친구가 봄나물, 두부구이, 김밥, 감자볶음, 잡채, 수제비, 겉절이 등 비건용 식자재로 밥상을 차리고 함께 먹으며 생활하는 일상을 담았다. 챕터 말미마다 담긴 비건용 레시피도 참고할 만하다. 책 제목처럼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난 걸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2부인 B side는 본격 비거니즘의 시작이다. 비건에 대한 사유는 필연적으로 동물권과 일상을 에워싸고 있는 정치로 확장된다. 저자들은 시작할 용기를 북돋우며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하면 된다고 채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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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보이지 않는 손_승은


A side
꽃향기는 왜 난생처음 맡는 것 같은지_승은
그래도 해야지?_수현
내가 좀 늦었어_승은
두부는 고양이로소이다_수현
김빱이 아니라 김밥_승은
김밥의 꿈_수현
감자에 싹이 날 뻔했다_승은
버섯 하나에 모자 여러 개_수현
분위기 잡채_승은
당면과 눈이 마주친 날에_수현
수제비 혁명_승은
겉절이와 신_수현
포기는 배추를 셀 때 하는 말_승은
미나리 헤이터_수현
기차 안에서_승은

B side
고양이와 알레르기_수현
이기적인 믿음_수현
하나, 후, 둘, 후, 셋, 후, 넷, 후_승은
오늘 뭐 먹지?_수현
미듬의 밥상_승은
목숨 값_수현
착해_승은
콩은 내게 다정하게 군다_수현
우연한 만남_승은
선을 뺀 우리_승은
AI_수현
운수 좋은 삶_수현
선풍기를 고치는 방법_수현
Curiosity kills you_승은
토마토 방_승은

Outro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_수현
Bonus track 야채 전골단

 

비건, 비거니즘 뜻과 채식의 세계

'비건 vegan'의 사전적인 뜻은 엄격한 채식주의자이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다. 채식의 세계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비건은 아래 그래픽에서 보듯이 마지막 단계다.

 

비거니즘은 식단은 물론이고, 동물을 착취해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가죽이나 동물 털로 만들어지는 제품, 식물성이라고 하더라도 동물을 착취해 얻어 내는 식자재, 동물 실험을 하는 담배나 화장품, 생활용품들을 말한다.(150쪽)

 

책, 123쪽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는 플렉시테리언 (Flexitarianism)이다. 채식을 하나 상황에 따라 어패류와 육류를 먹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폴로 베저테리언(Pollo vegetarian)은 가금류와 동물의 알, 어패류, 유제품을 먹으나 붉은색 살코기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페스코 베저테리언(Pesco vegetarian)은 채식을 하나 동물의 알과 어패류,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락토-오브 베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은 채식을 하나 동물의 알과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락토 베저테리언(Lacto vegetarian)은 채식을 하나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다. 비건(vegan)은 동물성 식품과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모든 것을 소비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배우 손수현은 어느 날 느닷없이 생겨버린 알레르기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손수현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애묘인인데, 처음에는 고양이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믿었고, 병원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고, 그렇게 비거니즘을 지향하게 되었다. 채식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낮은 단계인 플렉시테리언부터 가볍게(?) 시작하면 된다. 이 책의 작가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나아간 것으로 보이니까.

 

채식을 하면 생각도 바뀐다

배우 손수현은 비건을 지향하면서부터 늘 보던 일상의 풍경이 다르게 보이면서 동물의 생명을 감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책 속 문장들

우리가 매일 말하는 언어가 우리의 의식을 좌우하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우리 정신의 세계를 한계 짓는다. 먹는 것이 다르면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육식은 우리 몸에만 건강하지 못함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폭력적이고 편협한 무지를 쌓아나가게 된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일상에서 길어 올린 에세이들

그리고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에는 신승은과 손수현이 다세대 주택 위아래 층에 모여 사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깨알같이 등장한다. 일상 속의 지혜랄까? 젊은 두 친구의 말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배우 손수현은 친구 신연경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별로여서 경계했다고 한다. 그런데, 겪어보니 유독 죽이 잘 맞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꼭 겪어  보지 않아도 다 안다는 문장은 다 틀렸다는 것.  그래 맞다. 사람은 아주 오래 겪어본 후에도 아주 조금 알 수 있을 뿐이다. 아마 모두 동의하실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를 일독 해보시길 권해 드린다. 동물 사랑은 동물권으로 연결되고 비건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또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주 조금씩은 노력해 볼 생각이다. 작은 노력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계속해서 변해가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아니함만 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