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통영 야경을 한 눈에, 서피랑 공원에서 야간 산책하기

안다™ 2019. 7. 31.

통영은 풍광이 좋아서인지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한 예항의 도시이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서피랑 공원에 올랐다. 통영 동피랑 마을이 많이 알려진데 비해 동피랑 마을은 인적이 드물다. 그래서 고즈넉하고 더 좋다.

피랑이라는 말은 비탈의 통영 사투리로, 동피랑은 동쪽 비랑, 서피랑은 서쪽 비랑이라는 뜻의 합성어인 셈이다. 동피랑과 서피랑은 옛 통영성의 산 정상에 있는 동포로와 서포루에서 어원을 찾을 수도 있겠다.

서피랑은 통영시 명정동 407-5번지 '서피랑 떡복기집' 맞은편 골목길 약간 아래에서 시작한다. 서피랑 떡복기가 꽤 유명하여 통영에 오면 꼭 이 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피랑 마을은 유럽에서 체재하던 38년 동안 한번도 통영을 잊은 적이 없다던 음악가 윤이상이 자랐던 동네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도시 통영에서 떡볶이를 떡복기를 잘못 표기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맛이 워낙 출중하다고 하니 애교로 넘기자. 

'서피랑 떡복기집' 맞은편 인도를 타고 약 열 걸음 내려오면 이용원이 있고 서피랑 99계단의 초입을 알리는 안내판이 밤을 밝히고 있다.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되었지만 서피랑 마을 밤길을 찾는 사람은 아직은 그리 많지 않다.

서피랑 공원으로 올라가는 99계단이다. 계단이 부담스럽다면 충렬사 쪽으로 차로 올라가서 공원 주차장에 주차하면 수월하게 서포루에 오를 수 있다. 

서피랑 99계다은 보기는 까마득하게 보여도 밤바람 맞으며 오르다보면 금새 서포루가 반갑게 맞는다.

서피랑 99계단을 오르다보면, 통영의 작가 박경리를 만날 수 있다. 서피랑 99계단은 통영미술청년작가회가 2019년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주제로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통영 풍경과 박경리의 문장들을 골목 담장에 수 놓았다.

99계단을 오르며 내려다 보이는 통영시내의 야경이 근사하다. 장마철이 끝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음을 구름이 말하고 있는 듯했다.

드디어 서포루가 보인다. 통영에는 3포루가 있다. 여황산 정상에 있는 북포루와 동피랑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 그리고 이곳 서피랑 꼭대기에 있는 서포루가 3포루다.

삼포루는 옛 통영성을 방비하기 위해 1694년 통제사 목림기가 세웠고, 장수가 포루에서 군사들을 지휘하여 장대(將臺)라고도 불렀다. 작금에 일본 아베의 행패가 심한데 여기 서포루에 오르니 옛 선조들의 충정에 절로 숙연해진다.

밤인데도 서포루에 여행객들이 제법 보였다. 젊은 아가씨 둘이 통영 시내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임란때 이순신 장군이 이 영토를 지키지 않았던들, 숱한 충정열사들이 이 나라를 지키지 않았던들 어찌 저리 평화로운 풍경을 오늘 볼 수 있었겠는가.

아무튼, 젊은 시절 한 때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친구들의 풍경이 통영 야경만큼이나 보기에 좋았다. 시원한 밤바람 맞으며 두 친구가 정답게 소근거리고 있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 했다.

서포루에 오르면 통영시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멀리 통영 국제 음악당과 스탠포드 호텔이 보인다. 바다와 하늘 구름이 맞닿아 있는 풍광이 장관이다.

시인 백석은 열여덟 통영 아가씨 '란'을 만나 첫 눈에 반했다. 아마도 시인 백석은 통영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했을 것 같다.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 데"가 담긴 시 '통영 2'가 자연히 떠오르는 야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