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즐거움

만지도 출렁다리, 해물 모듬과 시원한 물회 말아먹기

안다™ 2019. 8. 1.

통영에는 '만지도'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작은 섬이 있다. 섬 전체 면적이 7만평(0.233㎢)에 불과하고 해안선 길이도 2km 밖에 되지 않는다. 산양읍 달아항에서 배로 15분 거리(3.8km)다.

'만지도'라는 이름은 주변의 섬들인 연화도와 욕지도(남서쪽), 연대도(동쪽), 학림도와 저도(북동쪽), 대소장도와 곤리도(북쪽), 추도(서쪽), 내외부지도(남쪽)보다 늦게 주민들이 정착하여 만지(晩地)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니 '만지도'는 여객선 선장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경상도 사투리 만지도라는 뜻은 아니다. 

사진 왼쪽이 에코 아일랜드, 연대도이고 오른쪽이 만지도이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2015년 출렁다리로 연결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것이 출렁다리로 13억 2천만원이 들어갔다. 길이 98.1미터, 폭 2미터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현수교이다.

만지도와 연대도 사이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아름답다고 소문났다. 통영의 아름다운 일몰은 산양 일주로 어디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출렁다리에서 일몰을 바라다 본다면 그 장엄함에 영락없이 빠져들 것 같다. 언제 그 황홀한 장관을 볼 수 있을까?

배가 만지도 선착장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푸른 하늘 하얀 뭉게 구름을 배경으로 작고 평온한 마을의 전경이 사람의 마음을 잡아끈다. 

주민등록상 15가구, 33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에도 팬션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목재 데크길로 바다와 섬의 풍광을 즐기며 둘러볼 수 있어 평온한 휴가지로서 손색이 없다. 

배에서 내리니 선착장 바로 앞 팬션 건물의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풍수지리설은 저도는 닭에, 연대도는 솔개, 만지도는 지네에 비유하며 세 섬이 번성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도는 닭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하고, 연대도와 만지도는 관광객들이 나날이 즐겨 찾고 있는 섬이 되고 있으니 풍수지리가 틀린 말이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팬션 옆 '외갓집 밥상'에서 목을 축였다. '외갓집 밥상' 식당 안에는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고 있었다. 가족도 있었고, 낚시꾼을도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는 야외에 설치된 식탁에 둘러 앉아 해물 모듬회와 맥주를 시켰다. 

술 안주로는 해물 모듬이 갑인 것 같다. 그 옛날 어느 해변가에서 해삼, 멍게를 안주삼아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시던 때가 생각났다. 

맥주를 마시며 만지도에도 학교가 있었으나 이제는 폐교가 되었고, 주민들보다 관광객들이 더 즐겨찾는 섬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은 참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물회, 물회 맛이 이렇게 신선했던가 했다. 물회에다 국수 사리를 넣고 밥을 넣고 비볐더니 군침이 돌았다. 

이제 막 몰려들기 시작한 무더위를 물회가 시원하게 물리쳤다. 가마솥 폭염도 물회 한그릇을 하고나면 싹 가실 것 같다. 

일정상 출렁다리는 걸어보지 못하고 다시 배를 타고 만지도를 떠나야 하는 시각. 해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어디를 둘러봐도 절경이라 할 만했다.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언제가 다시 연대도와 만지도의 출렁다리를 꼭 걸어 보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바다를 갈랐다. 요즘 통영항에는 섬 구경을 할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주차행렬이 길게 줄지어 선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